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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지 않을 자유,
김재우

솔직하고 정직한 예배

애틀란타 근교 한 미국 교회의 선교주일에 초청되어 찬양인도를 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백인분들이 주로 모인 교회라 그분들에게 익숙할법한 찬송가와 현대 찬양곡, 그리고 다른 언어로 된 노래들도 소개하며 인도했다. 분위기는 대체로 조용했고 젊은이들 위주의 예배와는 달리 역동적인 회중의 참여나 감정 표현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반응에 어느 정도 익숙한 터라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들 방식으로 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쳤는데 독일에서 방문해 그날 예배에 참여한 선교사 부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제가 있는 독일 지역은 교회들이 많이 위축되고 있어서 지도자들이 교회를 살려보려고 애쓰고 있어요. 일부 오순절 교회들을 제외하고는 예배가 매우 정적이어서 최근 앞에서 찬양을 인도하는 사람들이 많이 힘을 들여 회중들을 예배에 참여시키려 노력하는 걸 종종 봐요. 그런데 오늘 당신 팀은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면서도 회중을 배려하고 전혀 강요하지 않는 것을 봤어요.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그렇게 의도한 거 같아 보였어요.”

나는 이렇게 답했다. “네, 사실 예배 전에 팀이 함께 기도했어요. 예배 가운데 무엇을 만들어 내고자 하지 말고 먼저 우리가 솔직하고 정직한 예배자의 모습으로 예배하자고. 하나님께서 그분 방식으로 그분의 백성들을 만나주시기를 기도했어요.” 그 부부는 동시에 입가에 얇은 미소를 띠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떠났다.

예배안에서
하나님께서 그분의 방식으로
그분의 백성들을
만나주실 것을 신뢰하며
솔직하고 정직한
예배자의 모습으로 예배하는 것

찬양인도를 열심히 하던 (지금보다) 더 젊던 시절엔 회중들이 열정적으로 노래하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위협적인 멘트나 음악적 기법을 사용해 감정을 자극하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배 중에 회중에게 노래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특정 감정을 끌어내고자 애쓰지 않는다. 그리고 회중에게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옵션을 주며 자기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배려한다. 일어나도 좋고 앉아도 좋다 하고, 큰소리로 기도해도 좋고 조용히 기도해도 좋다 한다. 입으로 고백해도 좋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동의해도 좋다 한다. 눈을 떠도 좋고 눈을 감고 묵상해도 좋다 한다.

노래하지 않을 자유

누군가 현대 찬양이 감정을 조종하는 경향이 있다(emotionally manipulative)고 했는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인도자는 많은 파워를 갖고 있고 인도자가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강요와 조종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

노래하지 않을 자유가 없다면 노래는 그 가치가 덜할 것이다. 모인 회중은 각자 그리스도와 다른 거리에서 그들의 영적 여정을 걷고 있다. 몸이 아파 통증을 참고 있는 이도 있고, 마음이 아파 집중하기 어려운 이도 있을 것이다.

밤새 아픈 아이와 씨름하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간신히 예배당까지 온 엄마도 있을 것이다. 부부 싸움을 심하게 해서 그 자리를 떠나고 싶지만 맡은 역할 때문에 할 수 없이 섬기러 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많아 무릎과 다리가 아파 일어서기 힘든 노인도 계실 것이고, 이혼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슬픔과 수치의 감정에 싸여 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민 온 지 얼마 안 되어 문화 충격을 겪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고,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자막을 읽을 수 없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소리를 잘 이해할 수 없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신경이 민감해 큰 소리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가면 압도되어 굳어버리는 이도 있을 것이고 영혼의 깊은 밤을 지나고 있어 도무지 기쁨의 찬양을 부르려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다.

설명하고, 배려하고, 선택권을 주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며 정죄하지 않는 것. 예배인도자에게 필요한 스킬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예배하는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이다. 그래서 우리가 예배를 인도하는 방식도 조금 더 인격적이 되면 좋겠다.

노래하지 않을 자유가 있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 함께 부르는 노래는 더욱 가치 있고 감격스럽지 않을까. 그리고 노래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도 혹시나 자기 방식으로 예배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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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2

글. 김재우 선교사 (프로스쿠네오 예배예술선교사)
편집. 강은별